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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다수의 진실을 쫓다가 정작 나의 진심을 놓쳐버리기 쉬운 세상

 

 그림에서 보듯이 뇌의 측두엽에  있는 이 편도체가 바로 첫 인상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이미 저장되있던 정보를 끌어내 신속한 예측 및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하면,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하는데 0.01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다고한다. 심지어 약 0.2초의 눈 깜빡하는 시간보다 더 빠르다.

 그리고 이렇게 판단된 첫 인상의 정보로 우리는 그 사람을 예측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인간의 본능에 의해 즉, 더 잘 생존하기 위해(적과 친구를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본능적으로 발생한다.

 소크라테스는 못 생긴 얼굴로 유명하다. 잘 씻지도 않았으며,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화법'으로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알게 하는데 힘쓰고 다녔다. 결국 그는 상대방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라는 것만을 알게 해주었다.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결국 그는 기원전 339년, 그가 70세가 되던 해에 '신을 숭배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 등의 이유로 동료들에게 기소당하고 만다. 당시 아테네의 재판은 다수의 의견이 곧 진실인 시대였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에는 500명의 시민으로 배심원이 구성되었다. 즉, 이들 중 다수의 의견이 곧 진실이자, 사실이 되는 것이었다.재판 결과는 유죄 280명, 무죄 220명. 결국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원샷(?)하고 죽어버렸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조금만 더 잘생겼었더라면, 조금만 덜 못생겼었더라면, 재판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심지어 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는 소크라테스를 풍자적으로 그린 연극의 영향과, 세기말 아테네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대신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울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기 때문이다.)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사전 정보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에 편견을 갖게 하기에 때로는 후광효과보다도 더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사람 사진을 놓고, 그 옆에 성실하다. 부지런하다. 마음이 넓다. 등의 긍정적인 말을 써 놓았을 때와, 그 반대로 게으르다, 사치스럽다. 등의 부정적인 말을 써 놓았을 때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이미 처음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재판장에 들어선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 수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악용되고 있다. 최근에 체포된 '미네르바'를 두고, 신문기사에서 그를 은둔형 외톨이로 묘사한 기사를 보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가 작성한 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게 할 뿐이다.

 인간이 다수의 행동과 의견에 따르려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반드시 다수의 행동과 의견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언어의 사용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사고(思考)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수만 쫓아다니다간, 인간으로부터 동물취급받기 십상이다.

 다수의 진실을 쫓다가 정작 나의 진심을 놓쳐버리기 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