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벌레가 눈에 떠다니는 것 처럼 보인다.
눈의 젤리같은 부분이 혼탁해져서
그림자를 만들어서 그렇단다.
나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벌레를
마치 눈 속에 들어있는 벌레라도 잡는거 마냥
꾹 눌러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몸을 돌려 눈의 초점을 다시 하얀벽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예상치도 못했던
단어들이 머리를 스친다.
믿음 소망 사랑
뉴튼이 벤치에 앉아 사과가 떨어졌지는걸 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맨날 봐오던 사과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유추한 것 처럼.
지겹도록 봐왔고 식상한 말이지만,
지금은 왠지
내 마음이 불과 이 세단어에 다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나도모르게 한참동안 닫혀있던 내 입술을 움직여
오직 이 두음절로 이뤄진 세 단어를 읊조린다.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이라고
그거면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