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마주보고 섰다.
둘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이 팔을 뻗으면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모자라는 만큼.
남자가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어쩔 줄 몰라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서고 만다.
여전히 두 남녀가 마주보고 섰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이 팔을 뻗으면 손바닥 하나 정도가 모자라는 만큼.
여자가 남자에게 수줍게 손을 내민다.
남자는 자존심 때문인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한발짝 뒤로 물러선다.
그렇지만 여전히 두 남녀가 마주보고 섰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이 팔을 뻗으면 손바닥에서 팔꿈치 정도가 모자라는 만큼.
남자가 다시 한번 용기내어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여자는 자신이 상처받을 것이 걱정되, 뒷걸음치고 만다.
그렇지만 아직도 여전히 두 남녀가 마주보고 섰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이 팔을 뻗으면 팔하나 정도가 모자라는 만큼.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둘은 마음속으로 셋을 센 후, 동시에 힘껏 손을 내민다.
하나,
둘,
셋.
닿지 않았다. 정확히 손가락 한마디만큼.
종종 내가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으로는 그려지는데 손끝으로 표현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