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기본구조
우리가 매일 하는 의사소통의 기본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즉, '나'와 '너'가 어떤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의사소통 과정에 숨겨진 프로세스들은 그리 간단치 않다.
1. Touch
우리의 의사소통 능력은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그 시작은 엄마와의 접촉. 갓 태어난 아이의 뇌는 엄마와의 피부 접촉에 의해서 성장된다고 한다. 말 귀를 못알아듣거나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안만져줘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어쩐지 어릴적 엄마가 아픈 부위를 만져주면 안아프더라.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2. Eye-contact
면접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모두 아는 전략이 있다. 면접관과 반드시 눈을 맞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꽤나 어렵다는 것. 그래서 어렵다면 미간이라도 쳐다보고 있으라고 한다.
아이컨택은 의사소통에 굉장히 중요한 단계다. 우리는 아기였을 때 엄마와의 눈맞춤을 통해 교감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 오직 인간만이 미숙아로 세상에 태어난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포유류는 태어나자마자 걷고 어미의 젖을 찾아 빤다. 포유류는 눈 마주치는 걸 공격하는 것으로 인지한다. 오직 인간만이 눈맞춤을 의사 소통으로 받아 들인다. 어쩐지 우리집 강아지는 내 눈을 피하더라.
3. affect-attunment(정서 조율하기)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인간 만이 정서 표현을 한다. 악어의 눈물은 악어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먹을 때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을 같이 써서 그런 것일 뿐이다. 즉 인간 만이 정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상대방과 공유하기 원한다.
우리 세포 속에는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동작을 머릿속에서 재현하고 따라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고 한다. 웃는 사진을 보면 따라 웃게 되는 것. 상대방의 느낌을 공감하고 그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단계다.
4. Turn-taking(순서 주고받기)
혼자서 주구창창 떠드는 것은 의사소통이 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의사 소통은 주고받기를 해야 한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이 반응해야 한다. 상대방이 말을 하면 내가 반응해야 한다. 입이 무겁다는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도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사람, 들은 척 만 척하는 것은 문제다.
5. Joint-attention(함께 보기)
위에 열거된 단계는 나와 너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이였다면 이 단계 부터는 대상이 끼어들면서 발생하는 단계이다. 즉, 대상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마음을 공유하려고 한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곳을 쳐다보는 것은 시선을 공유해 마음을 공유하려는 행동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를 생각해보자. 딱히 할 말이 없다. 둘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음악' 등의 질문을 한다. 그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이야기 거리가 풍성해지는 경우가 있다.
결국 상대방과 대상을 공유하는 것은 의사 소통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6. Perspective-Taking(상대방 관점에서 보기)
인간은 만 5세가 되야 타인의 생각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즉, 남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 3살 미만의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대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내가 책을 읽다가 잠깐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내가 없을 때 동생이 와서 그 책을 책장에 꽂아 놓는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갔다온 나는 책이 어디 있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에 만 3세 아이들은 모두 책장이라고 대답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 5세 아이들은 책상 위라고 대답한다. 타인의 생각을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면서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역지사지. 입에 올리기 쉬운 말이지만 실천하기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휴. 의사 소통하기 참 힘들고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