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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것의 스릴

당신에게 행복하다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언어의 프레임에 대한 고찰







모든 단어는 틀(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즉 우리의 두뇌안에 있는 구조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직접 보거나 만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언어로 프레임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 두뇌에서는 그 단어와 결부된 프레임이 작동한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 단어

에어컨ㅋㅋㅋㅋ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에어컨은 대체로 길게 빠진 냉기를 내뿜는 기계라는

사람마다 비슷한 프레임을 작동시킨다.  

(당신이 지금 떠올리는 그것!)

 

하지만 이 프레임은 사랑, 행복, 진리, 기쁨 등의 단어처럼

흔히 추상명사라고 불리는 것일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글로 적거나 말하기는 쉬울지언정

이런 단어들은 프레임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무한해석이 가능하다.

 

행복하다.

 

글로 쓰고 입으로 내뱉기 얼마나 쉬운가

 

그런데 젠장 행복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에게 행복은 가족이고,

누군가에게는 권력이고

누군가에게는 돈일 수도 있다.

혹은 모두 일수도

모두 아닐수도 있다.

(심지어 행복이란 말이 없는 곳에선 프레임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이 간단한 문장은

'고작 두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행복'이란 단어때문에

무한한 해석이 가능해졌다.(소설 한편을 쓸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정치판에서는 이 프레임을 이용해 말장난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선 언어의 프레임을 연구하는 정치연구소도 있다.

나도 가끔 악용(?)하기도 한다.

당신도 의도하든 하지않든 그러기도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자 출신답게 그는 직설적이고 간단 명료한 문체를 주로 쓴다.

잘 읽히고, 정보전달이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그의 글 주제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글에 쓰인 단어의 프레임이 대부분 견고하다.

그렇기에 다른 해석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책을 펴보니 도로시 루이스,워런 버핏 등의 사람이름과 연방수사국, 유방 엑스선 사진, 창고형 사무실 등의 단어가 보인다.)

반대로 알래드보통도 좋아한다.

그는 말콤글래드웰과는 전혀 다른 글을 쓴다.

굉장히 철학적이다.(철학이란 말도 굉장히 모호한 프레임을 가졌다. 그래서 철학은 철학적이다.)

그의 글에 쓰인 단어(사랑, 존재감, 행복, 낭만 등의 단어가 보인다)는 프레임의 경계가 대단히 모호하다.

하지만, 그가 정말 위대한 작가인 이유는 단순히 프레임의 경계가 모호한 단어들의 나열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모호한 단어의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는(어느 정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는) 단서를 끊임없이 제공해준다. 

그래서 그의 글엔 깨달음이 있다.

집중해서 읽을 수록, 생각할 수록 얻는 것이 많다.

단,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면 헛소리 가득한 단어의 나열일 수밖에 없는 글이기도 하다.